조선일보 특별기획] 갈 곳 잃은 한인시니어들 2022년 3월 11일 자 발췌 “낯선 땅에서 죽도로 고생하며 키웠는데…”
수십 년간 뉴욕에서 지낸 한인 A씨는 얼마 전 캘리포니아에 있는 딸 집에서 몇 달 거주한 뒤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
잠시 쉰 뒤 이번에는 메릴랜드에 있 는 아들과 지내기 위해 다시 집을 나선 다.
혼자 뉴욕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이 얼 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년 전 배우자와 사별한 A씨는 76세다.
생의 마지막 이사를 준비한다는 그 는 일단 자식 근처로 주거지를 옮길 생 각이지만 같이 살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노인들이나 자녀들이나 한집에 서 사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는 것에 동의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수십 년이나 다른 주 에서 떨어져 살며 일 년에 한두 번이나 만날까 말까 했던 사이였기 때문에 갑 자기 같이 산다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
더구나 자녀의 배우자가 비 한인인 경우 노년의 부모를 자녀가 모신다는 것은 생소한 개념일 수도 있다. 미국에 와서 40~50년 힘들게 일하며 모든 것을 바쳐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이민 1세대가 삶의 마지막 단계에 서 갈 곳 없어 방황하는 것은 한 두 사람 의 일이 아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가진 자녀들일수록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미 주 전 지역에 퍼져 나가 있는 경우를 많 이 볼 수 있다. 이들이 승승장구하는 동 안 부모 자식·형제 자매, 즉 가족과의 유대관계는 알게 모르게 약해진다.
아 무리 미국에 오래 살았어도 유교적 전 통을 가진 한국적 사고방식 속에서 성 장한 부모 세대와 합리성과 독립성을 추구하는 서구적 사고방식 속에서 성장 한 자녀들 사이의 간극은
이슈를 해결 하는 방법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 한 인 노인들이 말년에 자식들로부터 버림 받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다.
▷고령화 가속화 메릴랜드 노인국(Dept. on Aging)은 2021년 7월 연방 정부에 150페이지에 달하는 향후 4개년 계획을 제출한 바 있 다.
1965년 제정된 노인법에 근거한 정기 절차로 연방 기금 수령이 달린 중요한 보고서다. 이 계획은 2021년 9월 승인받았다.
2021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유효한 계획·정책은 다음과 같은 총 다섯 가지를 주요 목표로 나열하고 있다.
▷노인과 가족 권리 보장: 착취, 학대, 방치를 예방한다 ▷노인·장애인과 가족이 서비스 프로그램과 관련해 충분한 정보를 숙지하고 적합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 ▷노인과 그가족이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한다 ▷가정이나 커뮤니티 차원에서 제공되는 롱텀케어(요양 서비스) 재정적 부분을 지원한다 ▷자원 활용을 위한 커뮤니티 파트너십 강화로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 등이다.
이 계획의 많은 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구변동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폭발할 듯 늘어난 인구 그룹인 부머 세대가 은퇴한 미국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고령 인구로 인해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혹자는 경제를 이끈 것이 부머 세대라고 평한다.
그들이 유아기, 청소년기, 청년기를 지날때마다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경제 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면서 그와 관련된 서비스가 호황을 누렸다. 이들이 노년·은퇴기에 접어들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경제 활동 둔화와 맞물려 사회보장 서비스가 발동되면서 연방, 주, 카운티 정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백세 시대의 명암
주 노인국 보고서에 따르면,2020년 기준 610만 명의 메릴랜드 주민 중 22.62%가 60세 이상이었다.
2040년까지 60세 이상 주민은 26.57%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85세 이상 인구가 가장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020년에 12만 2092명이던 85세 이상은 2045년엔 158% 증가한 31만 4961명이 될 전망이다.
고령인구가 집중된 지역 또한 커다란 지표가 된다. 2020년 기준 60세 이상 인구의 62.8%는 볼티모어시, 앤아룬
델카운티, 몽고메리카운티와 PG 카운티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방 자치구는 2035년까지 고령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 리스트에 머물러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그 외 빠른 속도로 고령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카운티는 케롤, 쎄실, 찰스, 프레드릭, 하워드, 세인트메리스다.
가장 큰 관심이 필요한 고령의 빈곤층은 볼티모어시에 밀집해있다. 2017년 기준 60세 이상 빈곤·소수계 인구 중 34.95%가 볼티모어시 주민이었다. 이 특정 그룹의19.36%는 PG 카운티, 16.3%는 몽고메리카운티 주민이었다. 60세 이상 인 구 중 7.56%(9만1630명)이 빈곤층이었고, 이 중 절반에 달하는 49%가 소수계였다.▷한인 이민사회
1903년 하와이 이민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한국인의 이민 역사 중 이민 러시라고 불릴 만큼 많은 숫자가 이동하기 시작한 것은 1960~70년대로 볼 수 있다.
그때 청년들이 지금 팔순을 넘겼거나 바라보고 있는 이민 1세대들이다. 이들은 나름 미국 사회에서 치열하게 직장에 다니며 사업을 통한 경제활동을 하며 사회에 이바지했다.
그리고 한인 이민 사회에는 이들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지닌 노인층이 존재한다.
영화 ‘미나리’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1980년대 이후 이민을 결단한 자식들이 생업에 종사하는 동안 그 자녀를 돌보기 위해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1세대의 나이 층에 속하지만, 사회 기여도가 낮은 노인이 그들이다. ▷사회적 해결책 도모 필요
스스로 거동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 한인 노인도 장보기, 요리하기, 청소하기, 빨래하기 등은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한다. 한인 도우미는 구하기 힘들고, 비한인 도우미와는 소통이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잘 맞지 않는다. 오랜 시간 미국에서 일하면서 어느 정도 모인 재산이 있기 때문에 정부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애매한 중산층은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재산이 불어나지 않는데 자꾸 줄어들 일이 생기는 것을 보는 것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이러저러한 일들을 겪을 때마다 시니어들은 조금씩 피폐해진다.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일로도 마음이 상하고, 자식들한테도 불평이 생기기 시작한다. 한창 사회적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바쁜 자식들은 이런 불평을 견디기 힘들다.
서로가 힘들어지고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부모님 문제로 자신의 배우자들과도 갈등을 겪는다. 갈 곳, 설 자리가 없는 한인 노인들 이슈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와 사회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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